작가노트 - 정진경
작가의 엄마(손여사님 – 이름대신 부르는 호칭)는 4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이다. 다양한 모습 중에 일하는 엄마, 농부로써의 엄마에 초점을 맞추고 농사에 쓰이는 물건들을 골라 실캐스팅 작업과 함께 작품 사진을 찍었다. 실캐스팅 작품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본 엄마는 “소꿉장난하나”라며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쓸모도 없는 무언가를 사진으로 찍고 전시까지 한다 하니 재미있어 하며 촬영에 협조도 해주셨다. 일반적으로 엄마라고 하면 떠오르는 주방에서의 역할과 모습보다 농기구와 소품사진이 더 많은 이유는 나의 기억 속에 엄마는 밖에 나가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그게 더 어울려 보여서이다. 누군가는 더럽다고 여길 흙과 먼지로 뒤엉킨 것들이지만 엄마의 시간과 노동, 애정이 묻어 있는 도구들이기에 소중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하다. 노동은 신성하며 애쓰고 정성을 들인 만큼 결실을 맺는다는 엄마의 말이 한가닥 한가닥 정성과 시간을 들여 제작한 실캐스팅 작업에 맞닿아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 활용되었다.
작가의 실 캐스팅 작업은 외형은 온전한 사물의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기능적인 쓰임이 전혀 없다. 주걱으로 음식을 뜰 수도, 실내화를 신고 걸을 수도 없는데 그에 반해 엄마의 도구들은 시간이 지나고 많이 사용되어 모습은 온전하지 못할지라도 제각기 역할과 기능을 여전히 갖고 있다. 시각적인 의미의 인지만 되는 작품과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을 가진 엄마의 생활용품들에서 묘한 감정이 든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엄마는 작가의 작품을 소꿉장난이라고 표현하였다. ‘소꿉’은 아이들이 자질구레한 그릇 따위의 장난감을 가지고 살림살이하는 흉내를 내는 것을 뜻한다. 어린시절에 어른의 모습을 동경하며 흉내내 보듯이 현재의 물건을 활용했지만 이를 통해 어떤 모습을 만들어내고 싶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의 생활 속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접목시켜 재미있는 표현을 해보자는 아주 사소한 흥미에서 출발해서 엄마의 생생한 현실 을 마주하면서 작품의 존재론적인 의미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보여지는 결과물이 전부가 아닐지라도 그 부분은 나의 작품세계에 고민해 볼만한 의미를 던져준 것은 확실하다.